우리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고난을 당하셨으니 예수님을 따라가는 제자들인 우리 도 예외 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각기 나름대로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들이며,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동참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시편31편에서 우리는 고난의 심연에 깊이 빠진 한 사람이 허우적거리며 고통당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왜 이 사람이 그렇게 되었는지는 설명이 없습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고난의 내용이 무엇인지 언급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9절과 10절을 보면, 근심에 빠져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눈이 나빠지고, 나중에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그의 혼이 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건강마저 위협을 당하고 있음을 봅니다.
고통이라는 것은 인간이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입니다. 자기에게 있는 고통과 고난의 문제를 풀기위해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치 헤라클레스가 괴물 히드라와 싸우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어떤 이가 말했습니다. 히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인데 머리를 자르면 또 생겨나고 또 자르면 다시 머리가 생겨나는 그런 괴물입니다. 이 히드라처럼 고난이라는 것은 해결하면 또 나타나고 해결하면 또 나타나는 끝없는 싸움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통의 문제를 가지고 일평생 씨름해야 하는 성도들에게는 싸움의 종점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시편31편의 주인공은 믿음이 영웅인 다윗이었습니다. 왜 다윗과 같이 하나님을 바로 믿는 신자에게 이런 절망적인 고통이나 시련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고통당하는 자의 고통을 덜어주시는 것이 원칙이요, 형통함을 주시는 것이 당연한데 말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왜 고난이 오는가? 그 고난의 원인을 생각할 때에 우리는 쉬운 대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고통의 문제를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하나님을 잘 믿으면 곧 축복이라는 공식의 굴레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믿음이 좋은 사람에게 고난이 따르는 것을 보면 그것은 마귀의 장난이요, 어떤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죄 값을 받는 것이라고 성급하게 단정을 짓습니다. 이것은 믿음이 좋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고난이 있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생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리는 성도들에게 찾아오는 고난이 무조건 죄의 심판이라든지 마귀의 장난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고난이란 것이 하나님이 진노하시는 불타는 복수의 결과도 아닌 것입니다. 성도가 당하는 고난에는 깊고 심오한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하나님의 진노로 오는 고난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다루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을 믿고 죄 용서함을 받은 거룩한 자녀에게 왜 고난이 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성도여러분,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이 세상은 이미 고물이 다 된 여객선과 같습니다. 이미 죄로 인하여 썩을 때로 썩은 고물 여객선입니다. 언제 물이 샐지 모르며, 언제 파도가 옆 모퉁이를 깨트릴지 모릅니다. 그리고 언제 엔진이 고장이 나서 넓은 바다를 방황하다가 바다 속으로 침몰할지 모릅니다. 이것이 소위 인간이 사는 세상입니다. 이런 형편에 놓여 있는 인간인지라 고통의 체험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불가피한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에게 주어진 고통은 하나님께서 무엇인가 이루시기를 원하고 이 고통을 통하여 깨닫게 하시며 성도들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려주시고자 하는 ‘선하신’ 뜻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가 잘 아는 바이지만 자주 상기하고 재삼 인식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루이스라는 사람은 말하기를 “고난은 하나님의 확성기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고통을 당하면 가슴에서 소리칩니다. 자신에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비상벨이 울립니다. 그래서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던 발을 멈추게 하고 다시 새로운 가치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고난을 주시는 하나님의 가장 일반적인 뜻인 것입니다.
폴 브랜드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나병환자를 고치는 의사입니다. 그는 고통을 당하는 나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통을 느낀다는 것에 감사하라. 고통은 하나님이 주시는 가장 좋은 선물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언뜻 이해가 안가는 말입니다. 고통이라는 것이 어떻게 감사의 조건이 될 수 있으며 고통이 어떻게 해서 하나님이 주시는 가장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겠는가, 언뜻 수궁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평생 돌보던 환자들은 문둥병자였는데 문둥병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몸의 감각이 없어지는 병입니다. 나환자의 비극은 병 그 자체라기보다도 고통을 아는 신경이 마비되었다는데 있던 것입니다. 어느 날 그 의사가 무엇을 보았냐하면 나환자들이 밤을 숯불위에 올려놓고 구어 먹는 모습을 보았는데 나환자는 손에 감각이 이미 죽어 버린 사람인지라 이글거리는 시뻘건 숯불 속에 맨손을 집어 놓고 밤을 꺼내 먹더랍니다. 손이 타는지 화상을 입는지 느끼지 못하면서 먹더랍니다. 그 얼마나 비참합니까?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지 타서 녹아버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감각이 없으니까 고통도 몰라서 나환자들이 신체 부위를 잃어버린답니다.
그래서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나환자들을 평생 동안 지켜본 브랜드 박사의 말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 것입니다. 그런 체험을 토대로 하여 그는 자신을 가지고 이렇게 말합니다.
“고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라. 우리의 몸이 조금이라도 아픈 줄 아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위험할 때 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이것은 영적인 의미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에게 고통이 전혀 없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에게 항상 축복만 임한다고 한다면 이상한 세계가 이루어 질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고난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고통은 분명히 변장된 축복입니다. 만일 고통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고난을 바로 이해한 것입니다. 고난의 흙탕물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발견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러면 고난당하는 사람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본문을 통하여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첫째로 본문을 보면 이 시의 기자인 다윗에게 고난이 다가 왔을 때, 그가 신앙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데 주목하시기를 바랍니다.
본문을 읽으면 우리는 이 사람이 지금 정서적으로 매우 혼란스럽다는 감을 잡습니다. 본문의 흐름을 보면 좋았다가는 울고, 절망했다가는 소망을 가지는 아주 복잡한 상황입니다. 이것이 고난당하는 사람의 현실입니다. 불안과 비극을 만난 사람에게 무슨 정서적인 평안이 있고 안정이 있겠습니까? 은혜가 없는 곳에 평안도 없는 것입니다. 본문을 보면 저자가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건져달라고 다급하게 하소연하는 장면이 열 번이나 나오는데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 모습이 바로 현실을 사는 우리 모습입니다.
9절과 10절을 보면 “여호와여 내 고통을 인하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내가 근심으로 눈과 혼과 몸이 쇠하였나이다. 내 생명은 슬픔으로 보내며 나의 해는 탄식으로 보냄이여. 내 기력이 내 죄악으로 약하며 나의 뼈가 쇠하도소이다.”라고 하소연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자기의 비극을 앞에 놓고 눈물로 밤을 새우는 처절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두려움과 무기력을 앞에 놓고 떨고 있는 소심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13절에 “사람들이 다 나를 치려고 꾀를 부리고 있습니다. 간교한 사람들이 함정을 파고 있습니다.” 하고 위험 앞에서 무력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17절과 18절에는 “주여, 저 악한 자들로 하여금 음부에서 잠잠케 하옵소서. 저 교만하고 완악한 자들로 하여금 벙어리가 되게 하옵소서.” 하며 원망과 복수에 떨고 있는 모습도 봅니다.
성경은 고난 속에서 기뻐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고난과 고통을 즐거워하여 자기 학대적인 사고를 키우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괴롭고 슬픈데 겉으로는 항상 웃고 다니는 위선자가 되라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을 보면 늙어서 아내를 잃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슬펐는지 성경을 보니까 늙은 사람이 대성통곡을 했다합니다. 다윗도 마찬가집니다. 다윗은 반란이 일어나자 쫓겨 가면서 세상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 점잖은 임금이 신발을 벗은 채 티끌을 머리에 날리며 통곡했습니다.
사람이 아플 때는 울고 괴로울 때 신음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니겠습니까? 아플 때 울 수 있는 권리, 괴로울 때에 비명을 지르는 권리마저 빼앗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큰 학대인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똑같습니다. 나사로가 죽었을 때에 예수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얼마 후면 그가 살아 날 것을 내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나사로의 죽음을 보시면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탄식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틈에 끼어서 친히 비통해 하시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난당하는 사람을 성급하게 위로해서는 안 됩니다. 당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 고통을 모르는 것입니다. “뭘 그런 것 가지고 고민하고 그래?” 라는 말, 몇 마디 충고를 가지고 상식적인 위로를 하는 것은 때로 더욱 그를 괴롭게 할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이 감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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