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노래하게 하시는 하나님
(욥기 35:9~11)
-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는 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몸이 갑자기 나빠진 이도, 자녀가 빗나가서 시름에 잠긴 부모도 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 밤을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 하고, 될 수 있으면 밤이 없는 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이런 본성 때문에 우리는 밤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됩니다.
욥도 그랬습니다. 동방 최고의 부자, 인품이 워낙 특출해서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은 위대한 인물,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지성을 다하여 주님을 섬긴 사람이지만, 하루아침에 자녀도 건강도 재산도 모두 잃어버리고 아내도 도망가고 남은 것 하나 없는, 어처구니없는 고통에 직면하게 되니까 그 역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셋이 찾아왔습니다. 이 고통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갑론을박하였습니다. 내뱉은 말들은 온통 부정적인 것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엘리후는 달랐습니다. 고통을 보는 안목이 달랐습니다. 오히려 그는 반문하였습니다.
“왜 당신들은 고통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는가?” 고통 속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나를 지으신 하나님 곧 사람으로 밤중에 노래하게 하시며, 우리에게 지혜 주시기를 공중의 새에게 주심보다 더하시는 이가 어디 계신가 말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구나.”
밤이 오면 하나님이 특별히 주시는 은혜가 있는데, 그것은 밤중에 노래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밤중에 노래하도록 입을 열어 주십니다. 뿐만 아니라, 대낮에 가르쳐 주시지 않던 값진 지혜를 밤에 가르쳐 주십니다.
‘하나님을 열심히 찾으면 밤중에 노래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놀라운 지혜를 터득하는 지혜자가 될 수 있는데도, 하나님을 찾지 않고 내 탓이니 네 탓이니 하면서 절망하고 좌절하고 흔들리기만 한다. 이것이 불행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지금 엘리후가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엘리후가 알던 그 하나님을 바로 알고 의지하면 우리는 밤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밤을 보는 시각도 달라집니다. ‘아, 나에게 밤이 온 것 같다. 이왕 만났으니 대낮 같은 인생을 살면서는 부르지 못한 노래나 불러 보자. 형통하게 살 때 깨닫지 못한 지혜를 깨달아 보자. 하나님이 밤에 가르쳐 주시는 특별한 지혜가 있다고 하니, 그것을 배워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지혜자가 되어 보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밤을 바라보면 밤이 달라 보입니다.
정신없이 놀던 아이가 밤이 되면 부모를 찾습니다. 인생의 밤도 사람을 겸허하게 만듭니다. 숭고하게 만듭니다.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찾게 만듭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원래의 자리로 돌려 놓습니다.
고통 때문에 하나님을 찾게 되었습니까? 그래서 밤중에 노래를 부르는 기막힌 체험을 했습니까? 밤을 만나서 어떤 값으로도 살 수 없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었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밤을 원망만 할 수 있겠습니까?
밤은 진지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입니다.
밤중에 하나님이 노래하게 하신다는데, 어떤 노래일까요? 어떤 노래를 부르게 하시는 것일까요? 틀림없이, 대낮에는 부르지 못한 노래일 것입니다. 성공하고 형통하고 젊고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훈장을 줄줄이 달고 신나게 살던 때는 절대로 부를 수 없는 노래, 아마 그 노래일 것입니다.
밤중에 부르게 하시는 노래,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진지한 사랑의 고백이 아닐까요. 물론 우리는 평소에도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예배드릴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 사랑합니다”라고 찬송합니다.
그러나 너무 풍족하고 걱정거리 없고 자신만ㅁ나할 때는 그 찬양이 입에 발린 소리이기 쉽습니다. ‘속에도 없는 소리 잘도 떠든다.’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 때도 있을 것입니다.
부잣집에 태어나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것 다 먹을 수 있고 즐기고 싶은 것 다 즐길 수 있는 아이가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그렇게 썩 감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집안이 기울어 아이가 한 푼이라도 벌어 보겠다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밤새도록 일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밤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식구들끼리 서로 얼굴 보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몸도 피곤합니다. 어느 날 저녁에 아이가 엄마를 붙들고 “엄마, 정말 사랑해요. 우리가 있으니까 염려하지 말아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합니다.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맺힐 것입니다. 진심에서 나오는 사랑의 고백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밤에 부르는 노래는 다른 데가 있습니다. ‘하나님, 하나님만이 나의 소망입니다. 하나님만 믿겠어요. 다른 것 다 사라져도 좋으니 하나님만 계시면 돼요.’
밤에, 한밤중에 이 노래를 할 때의 의미는 낮과는 다르게 전달됩니다. 거기에는 진실이 있습니다. 생명이 담겨 있습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하박국은 신흥 강국 바벨론이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하나님 그래도 좋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도 하나님만 계시면 좋습니다. 굶주려도, 가진 것이 모두 다 사라져도, 하나님은 나의 기쁨이요, 나의 사랑이요, 나의 힘이십니다.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십니다. 결국에 하나님은 나를 사슴과 같이 힘 있게 만들어 어두운 밤도 마음껏 뛰어 다니게 하실 것입니다. 결국은 하나님이 이 어둠을 헤쳐 버리시고 내게 아름다운 날을 다시 주실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이 자기 힘으로 부를 수 있는 찬양이 아닙니다. 본래 우리에게는 어두운 밤에 이런 노래를 부를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부르게 하시는 노래입니다. 하나님이 은혜주실 때 비로소 우리가 부르게 되는 노래입니다.
남편이 실직했습니다. 부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나갔습니다. 특별한 기술도 없으니까 식당에 가서 설거지하는 일을 합니다. 월급도 박봉입니다. 그럼에도, 설거지를 하는 부인의 마음속에 찬양이 있습니다. ‘이래도 참 고마워요. 건강하게 해주시니 고맙고요. 하나님 내 아버지 되시니 감사하고요. 이럴 때 내 남편의 믿음을 하나님이 정금같이 새롭게 해주실 줄 믿고 감사하고요. 조금만 지나면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낮을 주시고 아침을 주실 줄 알고 감사하고요.’ 이렇게 흥얼흥얼 찬송을 하면, 이런 사람을 그 무엇이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찬송을 부르는 사람을 어찌 밤이 불행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하나님이 주시기에 가능한 노래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자비로우신 분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를 생명처럼 아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도 우리에게 밤을 함부로 주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어쩌다 필요해서 우리에게 밤을 주실 때는 하나님 나름대로 큰 계획을 가지고 계신 겁니다.
밤은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인생의 밤을 만날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지혜를 가르쳐 주신다고 했습니다. 어떤 지혜를 가르쳐 주시는 것일까요?
사람은 어리석은 데가 참 많습니다. 똑똑한 것 같지만 참 어리석습니다. 손에 쥐고 있을 때는, 누리고 있을 때는, 그것이 귀한 줄을 모릅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내 손에서 떠나고 난 다음에야 깨닫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가끔 밤이 필요합니다. 가진 것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올라갔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건강했다가 몸을 다치기도 하기에 가끔 밤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건강하고 형통하면서 어리석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고통을 당하면서도 지혜롭게 사는 사람 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가끔 밤을 주십니다.
시편 39편은 다윗이 심각한 병에 걸려 자리에 누워서 쓴 것입니다. 그는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는 왕이었습니다. 다윗만큼 영화를 누린 왕도 드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는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그리고 병상에 눕기 전에는 전혀 깨닫지 못했던 놀라운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의 어떠함을 알게 하사 나로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다윗이 병상에서 배운 지혜는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약하다. 왕이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너무나 약하다.’ 건강한 대낮에는 배우지 못하는 지혜입니다.
“주께서 나의 날을 손 넓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다윗은 무엇을 배웠습니까?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지혜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이제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여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지혜 중의 지혜가 무엇입니까? 하나님만 믿을 뿐, 하나님만이 나의 소망이요 하나님만이 나의 영광이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혜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세상의 성공이 아닙니다. 많이 쌓아 놓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속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온전한 자리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지혜가 많고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더라도 형통한 대낮에 당신이 원하시는 사람을 만들어 낸 역사는 없습니다. 성경을 보십시오. 하나님이 사용하시고 기뻐하시고 영광 받으시는 이들은 모두 밤에 빚어 낸 작품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치 않는 밤을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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