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２０년도 더 된 일이다.
어느 날 에드워드 힐（Ｅ. Ｖ. Ｈｉｌｌ）은 애로우헤드 스프링스에 훈련을 받기 위해 모인 천 여 명의 우리 간사들과 학생들에게 연설을 했다. 당시는 혼돈의 시대였는데도, 그는 자신의 와츠 공동체（Ｗａｔｔｓ ｃｏｍｍｕｎｉｔｙ）로 와서 그리스도를 증거 하라고 담대하게 도전했다. 그는 그 공동체에 백인 보험 외판원이 있고 백인 수도 계량기 검침원도 있지만, 남부 로스앤젤레스의 흑인들에게 전도를 하는 백인 그리스도인은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그때 우리들 중 천 명도 넘는 사람들이, 힐이 ３０년 이상 신실하게 목회해 온 시온산 선교 침례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집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서 그곳으로 갔다. 보네트와 나는 힐과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그의 아내 제인 에드너의 집에 머물렀다. 그 주말은 그 일에 참여한 간사들과 학생들의 인생은 물론, 나 자신의 삶에도 극적인 감동을 준 주말이었다.
천 명 이상의 흑인들이, 대다수가 백인인 우리 간사들과 학생들의 인도로 그리스도를 소개받았다. 이 시대의 뛰어난 설교자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자로 존경받고 있는 Ｅ. Ｖ. 힐은 각종 회합이나 회의 또는 부흥회에서의 설교 요청을 빈번하게 받는다. 그는 텔fp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전도한다. 복음을 전하려는 그의 노력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힐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흑인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에게 조명해 보여 주며, 분노와 고통과 백인들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살다가 어떻게 사랑과 긍휼의 길로 돌아서게 되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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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주 구아다루프 군（Ｇｕａｄａｌｕｐｅ Ｃｏｕｎｔｙ）에는 두 가지의 세상이 있었다. 하나는 백인들의 세상이고 하나는 흑인들의 세상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만일 학교에 들어가서 학교생활을 잘 해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나중에 미국에서 인정받는 소수 깜둥이들의 일원이 될 것이라는 격려를 들으며 자랐다. 우리들 편에서는 결코 적대감 같은 것이 없었다. 한 마을 사람으로서 우리는 결코 백인들을 욕하지 않았다. 백인들이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일 뿐이라고 우리는 말하곤 했다.
열두 살 혹은 열세 살이 될 때까지 나는 이런 사고방식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우리에게는 두 세상이 있고, 이런 체계에는 사실 잘못된 것이 전혀 없다고 믿었다.
백인들은 말하기를, 이러한 구별은 단순히 우리가 흑인이라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검둥이들은 발전 정도가 낮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우리가 흑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편견이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교육을 받지 못했고, 많은 질병들을 지니고 있으며, 혈액형이 다르고, 교양이 없고, 돈도 없고, 사회적으로 성숙치 못했기 때문에 우리를 배척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많은 흑인들을 포함하여）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흑인 공동체의 어떤 이들은 만약 우리가 스스로를 가다듬어 교육도 받고 몸도 청결하게 하여 질병에서 놓이고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면, 우리도 흑인 나름대로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며 백인 사회에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까닭에,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약 １３년 전쯤 나는 미국 전역의 다른 많은 흑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복음”이 위선임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백인들은 사실상 완벽하다는 말을 늘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백인들 중에도 불결한 사람들이 있고,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으며,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린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의 혈액형도 저들의 것과 본원적으로 다른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교육을 많이 받은 검둥이들 역시 무식한 검둥이와 똑같이
백인들에게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들었다.
그 당시 나는 ４－Ｈ 클럽의 적극적인 회원이었고, 집에서는 가축을 기르고 있었다. 나는 군（郡） 전역에서 벌어지는 쇼에 나의 가축들을 출연시켜 자주 우승을 했다. 하우스톤 가축 쇼（Ｈｏｕｓｔｏｎ Ｌｉｖｅｓｔｏｃｋ Ｓｈｏｗ）나 혹은 댈러스 품평회（Ｄａｌｌａｓ Ｓｔａｔｅ Ｆａｉｒ） 같은 주요한 쇼에서도 가축들을 출전시켰지만, 어디에서나 우리는 제약을 받았다.
예를 들어, 검둥이들은 송아지 부문에는 출전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식용 돼지들이나 보여 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검둥이 분과에서만 대상을 탈 수 있었다. 우리가 키운 돼지들은 백인들의 돼지에 맞서 품평을 받을 수 없었다.
나는 한 가지 열망을 갖고 있었다. 나는 백인들을 증오하지는 않았고, 다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기를 원했다. 나는 백인이기를 원하지는 않았으나, 내가 백인들보다 돼지를 더 잘 키웠는데 왜 우승자가 될 수 없는지 의아했다.
흑인들은 불결하고, 병이 많고, 우둔하다는 전제에 근거하여 흑인의 세상과 백인의 세상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개념에 나는 저항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백인들 중에도 분명히 가난하고, 무식하고, 불결한 사람들이 있었고, 좀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여 열심히 일하는 많은 흑인들에 비해 근면성도 훨씬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우리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면에서 훼방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체계를, 그리고 정정 당당하게 나서서 우승 타이틀을 놓고 대결하기를 두려워하는 백인들을 증오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피부색을 자신의 현 상태를 방어하는 유일한 무기로 사용하는 백인들을 증오했다.
고교 시절 내내 그리고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무렵 내 안에서는 이런 증오심이 들끓었다. 그러나 그 증오심이 교회와 나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나는 성경 말씀에서 만족을 얻었다. 나에게 백인들의 세상과 그 세상을 유지시키는 백인들은 악（惡）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저 행악자들을 벌하실 것”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나는 만약 우리 시대에도 흑인들의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이 있다면, 내가 그 운동을 이끌어서 백인들을 “푸른 눈의 악마들”로 정죄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때 나의 철학에는 백인 그리스도인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백인들의 교회는 오직 백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있을 뿐이었다. 마음속에서 진실로 은혜를 체험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진실로 구원을 체험한 백인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적어도 내가 아는 백인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흑인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핍박받고 멸시당하고 업신여김을 받고 배척당한 이스라엘 사람들과 같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백인들은 악마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라 불릴 만한 백인, 진정으로 예수님을 믿는다고 할 수 있을 만한 백인, 인종 차별에 감연히 반대 입장을 취하는 백인을 한 사람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법을 준수하라. 설령 잘못된 것일지라도 법은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흑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백인을 한 사람도 알지 못하는 흑인, 백인들과 무엇을 함께 하기를 결코 원치 않는 확고부동한 흑인으로 성장했다. 내가 그들과 연결되고 싶은 유일한 측면이 있다면, 검둥이로서 그들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기회를 바란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강하고 실리적이고 경건한 흑인종, 백인들을 적대시하거나 백인들을 멸절시킬 것을 옹호하는 흑인이 아니라, 그들을 앞지르고, 그들을 이기며,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흑인들을 소망했다.
텍사스 Ａ ＆ Ｍ 대학교에 부속된 흑인들만의 학교인 프레이리 뷰 대학（Ｐｒａｉｒｉｅ Ｖｉｅｗ Ｃｏｌｌｅｇｅ）의 신입생으로서 나는 ＢＳＵ（침례교 학생회）와 관련을 맺고 테네시 주 내쉬빌에서 열리는 전국 ＢＳＵ 총회에 참석하는 대의원으로 선발되었다. 나는 돈이 없었지만 텍사스 Ａ ＆ Ｍ의 ＢＳＵ 회원들은 다양한 사업을 통해 기금을 모아 우리 대의원 두 사람이 총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흑인 학생과 백인 학생 모두 이 회합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나는 총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 기뻤고, 백인 학생들이 모금해 준 돈을 받아 쥐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돈을, 그 백인 학생들이 자신들보다 더 불운한 사람들을 동정해 주려는 시도로 보았기 때문이다. 저들은 자신들이 검둥이 하나를 어딘가로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큰 만족감과 기쁨을 누리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쉬빌까지는 자동차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차에 백인 세 명과 흑인 두 명이 동승하게 된 것이다. 나는 증오심으로 가득 찼고 남부 지역을 통해 가는 그 여행에 대해 불만을 품은 나머지, 여행 계획을 취소할 상황까지 갔다. 그러나 결국 나는 가기로 했다. 우리는 텍사스 Ａ ＆ Ｍ의 대학 본부에 집결하여, 당시 텍사스 주 침례교 총회에서 학생부 국장을 맡고 있던 아주 훌륭한 신사 하워드（Ｗ. Ｆ. Ｈｏｗａｒｄ） 박사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그때 나는 그 여행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백인들에게 내가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하였다. 나는 우리가 어디에서 식사를 하게 될 것이고 어디에서 잠을 자게 될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하워드 박사는 우리가 함께 여행하면서 같은 곳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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