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이 풍요로와지시기를 소망합니다.]
자료원: 안동교회 유경재목사
성경본문: 사2:2-4 갈3:23
이사야서 2: 2- 4
갈라디아 3:23-29
조선조 5백년의 통치 이념은 유교의 효(孝)사상이었습니다. 이 효 사상은
조선조가 사라진 지 1백년이 가까워 오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우리의 의식
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입니다.
유교가 말하는 모든 덕목의 실천은 바로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공자는 이
렇게 말하였습니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간의 우애가 인간적인 도덕
성을 실현하는 근본이다." 따라서 유교에서는 효라는 가치 앞에서 모든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 버립니다. 그런 예를 맹자
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맹자에게 만일 순(舜) 임금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을 죽였다면 순은 자기 아버지를 관가에 고발해야 되느냐고 물었습니
다. 그러자 맹자는 펄쩍 뛰면서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그것은 효에 어긋난 일이라 절대로 안 된다. 순은 통치하던 나라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아버지를 둘러 업고 먼 데에 가서 평생 아버지나 모시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효사상의 모순이 있습니다. 죽임을 당한 사람의 아들
처지에서 보면 아버지 원수는 꼭 갚아야 한다는 유교의 가르침을 따라 순
임금의 아버지를 죽이려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두 아들들은
서로 원수간이 되고 말 것이고, 사회 질서는 엉망이
품 말 것입니다.
맹자가 가장 싫어한 중국의 사상가는 묵자였는데, 묵자는 세상 사람을 평
등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즉 내 아버지든 남의 아버
지든 모두 똑같이 사랑해야 한다는 겸애설(兼愛說)은 맹자가 보기에 말도
안되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어떻게 사람이 되어 가지
자기 아버지를 먼저 공경하지 않고 남의 아버지와 똑같이 대할 수 있느
냐는 것입니다.
유교가 이렇게 효를 강조한 것은 가정에서 규율이 제대로 잡혀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국가 통치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를 가정으로 본 것입니다. 집에서 아버지에게 바치는 효도가 그대로
왕에게 확장된다는 것이 공자의 정치관이었습니다. 여
藪【 가부장제(家父長制)가 확립되면서 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유교가 조선조의 통치 이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본고장인 중국보다 더
유별나게 강조가 되었습니다. 조선조가 이렇게 유별나게 효를 강조한 까
닭이 무엇일까요?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 당연
한 덕목을 온갖 상벌을 만들면서까지 강조한 까닭은 무엇
이었을까요? 조선에는 모두 불효자식들만 살았기 때문에 유독 효를 강조
한 것일까요? 그것은 아닐 것입니다. "왕조 체제의 기본 통치 단위를 가
족으로 보고 이 가족이 무너지면 온 나라가 무너지는 것으로 파악한 조선
위정자들의 통치 철학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가족을 묶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효뿐인 것입니다. 따라서 조선 정
치인들은 기득권 유지와 체제 수호를 위해서 효를 지고의 성인인 공자가
권장한 유교 덕목이라든지 혹은 하늘에서 부여받은 보편적 진리라는 등의
미명으로 국민들에게 주입했던 것입니다."
이상의 이야기는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가 쓴 책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
는가>에서 본 것입니다.
조선조의 통치이념이 된 효사상이 가부장제도를 확립시키고 제사제도를
가장 중요한 가정의 행사로 만들어 놓으므로, 효과적으로 백성들을 통치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통치이념은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습니
다. 반상(班常)제도가 그렇고, 사색당쟁(四色黨爭)이 바
여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효사상은 가족 집단주의를 낳게 되고, 그 혈
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만들어 양반이냐 쌍놈이냐, 양반 중에서도 어느
파에 속했느냐를 따지게 되었습니다. 반상제도로 인하여 불만이 쌓이면서
여기 저기서 민중들이 들고일어나 나라가 혼란하였고
, 양반들 사회에서는 당쟁으로 해가 뜨고 해가 졌던 것입니다. 이러니 나
라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결국 조선조를 유지시킨 것은 효사상이
지만, 망하게 만든 것도 결국은 효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런 통치이념의 잔재로 남은 가족 집단주의와 제사제도가 우
리 사회를 민주사회로 발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가정, 자기 가문, 자기 혈통들은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와 똑같이
다른 가정, 다른 가문, 다른 혈통들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 고아 수출
국 1위라는 불명예입니다. 내 핏줄이 아닌 아이를 내 가정에 받아 드릴
수 없기에 모두 해외로 입양을 시키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 자식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 집단주의가 오늘의 교
육 풍토를 더럽혀 놓았고,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사
교육비가 학교에 투자되는 공교육비에 버금가거나 더 많다는 것은 모두
내 자식만은 대학에 들여보내겠다는 가족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교육비를 공교육비에 보태 더 바람직한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이상에 불과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오늘 아침 신
문에 이번 주간에만 고등학교 학생 3명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교육이 이렇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도 우리는
어떻게 바꾸어 볼 도리가 없습니다. 그것은 결국 내 자식만 중하게 생각
하는 뿌리 깊은 의식 때문입니다.
교육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 정치 형태도 가부장적 형태를 가지고 있어 가
부장 밑에 모여든 가신(家臣)들로 정당이 이루어지고, 이런 정당들은 서로
협력하여 함께 나랏일을 이루어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물고 뜯느라 세월
을 모르는 것입니다. 이런 정당에서 중요한 덕목은
『括揚 총재에게 충성하는 것 즉 효도입니다.
이런 풍토 속에 전파된 기독교가 제사제도를 거부하고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독교 자체가 가족
이기주의를 뒷받침하고 교회들이 개교회주의로 전락하여 버리고 말았습니
다.
오늘 읽어 드린 갈라디아서 말씀은, 유대인들의 율법주의에 입각한 선민
사상을 깨트리고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다 같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
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세례를 받은 사람은 그리스도로 옷을
입은 사람입니다. 유대 사람이나 그리스 사람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
자나 여자나 차별이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그리스
도 예수 안에서 다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갈 3:26-28
기독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하는 새로운 우주 가정을 선포하고 있는 것
입니다. 자기들만이 하나님의 자녀이라고 주장하던 유대인들의 선민의식
을 깨트리고 사도 바울이 모든 사람이 다같이 하나님의 자녀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유대인의 율법주의는 효를 바탕으로 한 유교의 가족 중심주의와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들만이 할례 받은 하나님의 선민이요, 율법을
지키는 유일한 하나님의 백성임을 강조하면서 타민족에 대하여 배타적이
고 독선적인 태도를 취하여 왔습니다. 동양의 가족 집단
주의는 자기 가족, 자기 가문을 내세우는 반면, 유대인들의 율법주의는 할
례로 상징되는 자기 민족을 내세웠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이
들은 다같이 이기적이며, 자기 집단 중심이며, 다는 가정, 다른 민족에 대
하여 배타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대인의 후손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은, 바로 그 민족이 가장
자기 중심적인 민족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식을 바꾸고, 거기에 하나님의
새로운 복음을 전파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복음은 사도 바울에 의해
서 더욱 분명하게 해석되면서 유대인만 아니라 누구든
예수를 믿으면 다 구원함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
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피로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어 다같이 하
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하셔서 새로운 가정을 이룩하신 것입니다. 그러므
로 여기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내 가족 내 혈통
만 따질 수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혈통은 그리스도의 보혈입니다. 그 보
혈로 내가 씻음을 받았느냐가 중요하지 내가 양반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새로운 가족관
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같이 하나님의 자녀로
형제자매들이고, 오직 한분 하나님만이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는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덕목
은 사랑입니다. 세계가 모두 한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해야 하는 것
입니다. 오늘의 본문인 이사야서 2장 말씀은 마지막 날
모든 민족이 다함께 예루살렘에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될 것이라
는 미래의 모습을 적고 있습니다.
마지막 때에, 주의 성전이 서 있는 산이 모든 가운데서 으뜸가는 산이 될
것이며, 모든 언덕보다 높이 설 것이니, 모든 민족이 물밀듯 그리로 모여
들 것이다. 백성들이 오면서 이르기를 "자, 가자. 우리 모두 주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나님이 계신 성전으로 어서 올라
가자. 주께서 우리에게 주의 길을 가르칠 것이니, 주께서 가르치시는 길을
따르자"할 것이다. 율법이 시온에서 나오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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