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이 풍요로와지시기를 소망합니다.]
▶아침을 기다리는 파수꾼◀
<자료원: 안동교회 유경재목사>
성경본문: 시130:1-8 롬13:11-14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은 어떤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지 않은 채
"여러분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 안다"고 하였습니다. 이어서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벌써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정신을
차려야 할 때임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 당시 상황이 깊은
밤이어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려움을 당할지 모르는
때임을 뜻합니다. 바울은 그 때를 "밤이 깊고, 낮이 가까운
때"라고 하였습니다.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말입니다만 밤이
깊은 것은 그 시대적인 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낮이 가까운
것은 구원의 때가 가까이 이른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처음 믿을 때보다, 우리의 구원이 더 가까워졌다"고
바울은 말하고 있습니다. 구원이 더 가까워졌다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위기가 닥치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핍박을 받고 순교를 하는 것은 그 믿음
때문이며, 그것은 곧 구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결국
한마디로 말하면 지금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시대적 상황은
깊은 밤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의
때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로마인들에게는 그 때가 밤이 아닌 낮이요,
발전과 번영의 때로 생각되어 호사한 연회를 베풀고 술
취하며, 음행과 방탕이 보편화된 때였습니다. 그들은 삶을
즐기며 날마다 축제의 분위기에 젖어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런 사회 분위기에 덩달아 따라가지 말고 정신을
차리고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할 것을 로마 그리스도인들에게
당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채우려고 육신의 일을 꾀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도 사도 바울의 이 경고와 당부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시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때
바른 신앙의 삶을 이루게 되며, 당황하지 아니하고 준비된
길을 똑바로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때에 대한 인식
우리는 먼저 이 때를 올바로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 때는
밤입니다. 위기의 때입니다. 계절로 비유하면 겨울입니다. 이
때가 밤이고 겨울이라면 이에 대한 마땅한 준비가 필요하며,
동시에 이 때를 지혜롭게 지나면서 아침을 기다려야 하며,
봄이 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동양 사람들에게는 이 때에 대한 생각이 분명치 않다고
합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이 반복되며, 사계절이 순환된다는
자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부족한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 때나 저 때나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털같이 많은 날에 오늘만 날인가?
내일도 날이지'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게 되고 때의 변화에
대하여 무감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과 내일이 분명히
다르다는 인식이 별로 없는 것입니다. 그날이 그날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대체로 동양사람들의 인생관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때의
변화에 대하여 별로 신경을 쓰진 않는 것입니다.
어느 날 어린아이가 나를 보고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 깜짝
놀란다든지, 전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 받을 때면 내가
벌써 그렇게 늙었는가 라고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자기의
나이 들어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때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정년이 되어 퇴직하게 되면 사람들이 갑자기 늙는 것도
역시 때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날이 그날
같은 줄 알았는데, 어느 사이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이 되는 것입니다. 때의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입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나,
정신없이 변하는 컴퓨터에 대하여 거부감 내지 두려움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런 '때'의 불감증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북한이
저렇게 변화하지 않는 것도 '때'에 대한 불감증 때문이며,
우리의 생각이 보수적인 경향으로 흐르는 것도 '때'에 대하여
무감각한 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급격하게
산업사회를 맞이하였기 때문에 미처 그 사회의 변동을
소화하고 받아 드리지 못하였는데, 또다시 정보사회로
넘어가고 있어서 더욱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입니다. 때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그 변화에 대하여 준비하지 못하였기에
다가온 변화에 대하여 적응하지 못하며 거부감을 갖거나
두려움에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이 벌써 대강절 첫주일로
새로운 교회력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매주일 반복되는 예배에
지루하게 참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그 사람의
신앙은 하나도 발전하지도 변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반대로
무엇인가 새로운 기대를 갖고 이 대강절을 맞이하는 사람은 그
신앙이 많이 발전했음을 뜻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성숙해 갈
것입니다. 이 때를 아는 사람은 이 때가 어제와 다른 때요,
하나님이 새롭게 준비하신 때임을 아는 것입니다. 대강절은
주님 오시기를 기다리는 때입니다. 따라서 대강절은 우리의
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절기입니다. 역사의식을 분명히
하여야 할 때입니다. 역사의식을 가지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도적같이 주님이 오신다 할지라도 두려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다섯 처녀처럼 우리도 기름을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 기름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때에 대한 인식, 역사의식이라고 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바로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을 가졌노라 하면서도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은 그 믿음은 헛된 것입니다. 믿음을 가졌노라고
하면서 변화하는 때를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고 있는 사람은 이름만 가진 그리스도인일
뿐입니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이 때를 분별하면서 주님 오실
때를 준비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때를 알지 못하고
다음으로 우리가 생각할 것은 이 때가 밤이라는 사실입니다.
때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것은, 그 때를 잘못 분별하면 우리가
전혀 엉뚱하게 나가 그릇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 때가
밤인데 낮으로 알거나 낮인데 밤으로 알면 정반대로 행동하기
쉬운 것입니다. 이 때가 악한 때인데, 선한 때인 줄 알고
행동하면 결국 준비하지 못한 채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밤입니다. 불의와 혼란과 무질서, 사치와 방탕과
음란이 판을 치는 때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가
가까울수록 그 밤은 점점 더 깊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이 발전하면서 세계가 점점 더 살기 좋게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는 점점 더 빨라져서 세계 어디나 이웃
드나들 듯 하며, 정보통신은 갈수록 발전하여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즉각적으로 전세계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은 수많은 정보를 쉽게 얻게
해주며, 모든 생활에 말할 수 없는 편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전망하면서 사람들은 대단히 낙관적으로
세계의 변화를 점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럴수록 밤은
점점 깊어지는 것이라고 우리를 깨우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태양이 점점 더 중천에 떠올라 세계가 온통 그 빛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낮이 아닌
밤이 점점 깊어 가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맞이한 경제적 파탄은 우연이나 전혀 뜻밖에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사실입니다. 정부가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감추어
왔던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위기를 조짐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언론이 전혀 이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거나 알고도 모른 채 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언론만
믿고 있다가 불의의 충격을 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 이미 오랜 전부터 있어 온
정경유착(政經癒着)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어야 할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정치와
경제가 야합한다는 것은 그 시대가 밤임을 뜻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경제적 불의가 마땅히 지탄의 대상이 되어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할텐데 오히려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그 때가
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 때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낮인 것처럼
착각하고 마구 세우고, 마구 만들고, 마구 쓰고 마구 먹고, 마구
버렸습니다. 우리는 한바탕 먹고 마시고 뛰노는 축제를 벌린
것입니다. 난장판을 벌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먹은 술이
깨기도 전에 거대하게 쌓아올렸던 기업들이 하나 둘씩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기 자본의 20배 이상의 빚을
가지고 흥청거리던 기업들이 정치권의 줄이 끊어지면서
넘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래서 역사의 밤은 점점 더 깊어
가게 된 것입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이 정신을 차리고 이 때가 밤이라는 사실을
깨우치면서 낮과 같이 단정하게 행했더라면 이 때에 우리가
부끄럽지 않을텐데 우리도 똑같이 흥청거리고 그 축제의
분위기에 덩달아 놀아났기 때문에 지금 와서 우리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파수꾼처럼 긴장하여 이 밤을 밝혔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던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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