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요한복음 말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한복음은 사도 요한이 기록한 것으로, 요한이 밧모섬으로 귀양가기 전인 A.D 85년에서 90년 사이에 씌어졌습니다. 당시 요한은 에베소에서 자신의 노년을 보내면서 설교와 가르침, 저술 활동 등을 했는데 이 때 기록된 성경이 본서와 요한일이삼서인 것 같습니다.
사도 요한이 에베소에 머무르고 있을 당시 기독교는 급속도로 전세계에 전파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도처에 세워졌던 교회의 구성원들은 대다수가 이방인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도 요한은 복음을 증거함에 있어 이방인들의 의식 구조와 저들의 문화 양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의 종교 관념과 독특한 문학과 사상과 역사 등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들에게 유대인을 대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복음을 증거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도 요한은 당시 이방인들 세계에 보편화되어 있던 헬라적 사고 개념을 도입하여 이로써 심오한 진리를 증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그의 노력의 결실이 본서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서 간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영지주의입니다. 이것은 1에서 3세기에 걸쳐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일종의 이단 사상으로서 근본적으로 물질은 악하며 정신은 선하기 때문에 선하신 하나님께서 악한 세계 만물을 창조하셨을 리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 영지주의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되심을 부정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사도 요한은 그와 같은 이단 사상에 대항해 기독교의 진리를 수호할 책임감을 느끼고 본서를 집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본서는 서두에서부터 말씀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근본 하나님이라는 사실과 그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 1절 말씀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말씀은 헬라어로 {로고스}로, 본래 스토아 철학자들이 우주 만물을 이루는 이성 원리라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이 말을 유대인들에게 신적인 의미로 보급시킨 사람은 1세기에 생존했던 유대인 철학자 필로였습니다. 그는 로고스를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하며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존재로 이해했습니다. 그의 활약과 당시의 철학 사조에 힘입어 1세기 후반에는 로고스라는 말이 이방인들과 유대인들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사도 요한에게 있어 이 말처럼 그리스도의 신성과 창조 사역, 그리고 중보 사역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용어가 없었습니다. 또한 예수를 다른 철학적 개념이나 추상적 상징으로 표현하지 않고 상호 의사 소통의 개체인 말씀으로 묘사하여 예수는 인간과 관계성을 가지고 계신 계시자였던 사실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킵니다.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는 말은 단순히 같은 시간에 동일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기 보다는 관계의 의미, 즉 서로가 친밀한 인격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던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말씀과 하나님과의 관계는 말씀이 하나님께 종속되거나 아니면 말씀이 하나님의 한 속성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완전한 인격체로서 상호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뒤이어 나오는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는 구절에서 보다 명백해집니다. 즉 이 구절은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실체에 있어서 하나님과 동일하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절로 3절입니다.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한 말씀이십니다. 그분은 피조물로서 시작하신 것이 아니라 영원한 존재이시기에 태초부터 계셨습니다. 그분은 하나님이시자 또 하나님과 함께 계시는 분이십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창조의 말씀이십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만물을 창조하셨는데 그것은 예수께서 피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분은 영생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4절로 5절입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빛이 어두움에 비취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하더라"
"생명"은 요한복음의 중심 주제입니다. 생명이라는 단어는 요한복음에서 무려 서른 여섯 번이나 사용되었습니다. 인간 생명에 가장 필수적인 것들은 최소한 네 가지가 있습니다. 빛과 공기와 물과 식물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이것들 모두가 되십니다. 그분의 생명의 빛이시자 세상의 빛이십니다. 성령에 의해 그분은 우리에게 생명의 물뿐만 아니라 "생명의 호흡"까지 주십니다. 그분은 하늘로부터 내려오신 산 생명의 떡이십니다. 그분은 생명을 가지시고 그 생명을 주시는 분일 뿐만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이기도 하십니다.
빛과 어두움은 요한복음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주제들입니다. 사단이 "어두움의 권세"인 반면, 하나님은 빛이십니다. 사람들은 빛과 어두움 중 하나를 사랑하고, 이 사랑은 곧 그의 행동을 지배합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빛의 자녀들입니다. 첫 창조가 "빛이 있으라"는 말씀으로 시작되었던 것과 같이 새 창조는 신자들의 마음 속에 빛을 비췸으로써 시작됩니다. 6절로 8절입니다.
"하나님께로서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났으니 이름은 요한이라 저가 증거하러 왔으니 곧 빛에 대하여 증거하고 모든 사람으로 자기를 인하여 믿게 하려 함이라 그는 이 빛이 아니요 이 빛에 대하여 증거하러 온 자라"
요한은 빛이 세상에 임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증거자로서 보내심을 받았습니다. 증거라는 말 또한 요한복음에서 중심이 되는 단어입니다. 9절로 11절입니다.
"참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지 아니하였으나"
참 빛이신 예수께서 세상에 왔지만 세상은 그 빛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만족을 주는 만나이자, 생명을 주는 물이셨습니다. 또한 그분은 새로운 양무리의 목자이자, 새 포도나무이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종교적인 전통으로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이런 영적인 진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수께서 하시는 일을 보았고, 또 그분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들은 온전하신 예수님의 생애를 지켜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진리를 붙잡고 믿어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그들에게 제공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와 함께 동행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진리셨지만 그들은 그분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생명이셨지만, 그들은 그분을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12절로 13절입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서 난 자들이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빛은 지금도 여전히 비취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가 주어집니다. 이 같은 권세는 초자연적인 권세로서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따라 그분께서 주시고자 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무조건적인 은혜요 권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원의 은혜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14절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요한은 예수님의 성육신을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육신이라는 말은 단순히 육체만을 의미하지 않고 인간의 몸과 마음, 영혼까지도 다 포함한 온 인격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육신이 되었다는 말은 하나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완전한 영육을 입으셨다는 뜻이 됩니다. 15절입니다. 15절입니다.
"요한이 그에 대하여 증거하여 외쳐 가로되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시는 이가 나보다 앞선 것은 나보다 먼저 계심이니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 하니라"
세례(침례) 요한은 사실상 예수님보다 6개월 먼저 출생했습니다. 여기서 사도 요한은 예수님의 선존재(先存在)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그분의 출생일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세례 요한이 잉태되기 전부터 이미 계셨습니다. 16절로 17절입니다.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신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
본문에서 요한은 모세의 율법 아래서는 은혜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때에도 은혜는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제사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의 표현이었습니다. 율법 역시 하나님의 진리를 나타내 주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와 진리는 그 충만함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충만은 우리를 위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은혜로 구원을 받았고, 또한 은혜로 살고 있으며,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합니다. 이것으로 오늘 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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