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반은 40년 간격을 기준으로 모세에 관한 언급을 나누고 있다. 먼저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고자 했던 40세 모세의 모습(23~29절), 미디안으로 도망하여 40년이 지난 후에 하나님께서 나타나 그에게 사명을 맡기신 사건(30~35절),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40년간 하나님과 모세를 배척한 사건(36절) 등 이다.
모세의 이 세 기간을 특징짓는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에 대해 부정적이고 거부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것이다. 모세가 40세 되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그의 손을 빌어 그의 백성을 애굽 사람들의 손에서 건져주실 줄을 생각했다(25절). 바로 이러한 기대와 생각 때문에 모세는 이스라엘 형제를 애굽 사람이 괴롭히는 것을 보았을 때에 그를 때려 죽였던 것이다(24절).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그 다음날 그를 배척하고 만다. 다음 날에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을 때에 모세가 이들을 화해시키려고 했으나, 그들은 “누가 너를 관원과 재판장으로 우리 위에 세웠느냐”고 반문하면서, 모세가 전 날에 애굽 사람을 죽인 사실을 폭로하고 말았다(27~28절).
백성들에게 배척받은 모세는 싸움에 관련되었던 사람들이 그에게 한 말 때문에 두려워 애굽을 떠나 미디안 땅으로 도피했다(29절). 29절은 “모세가 이 말을 인하여 도망갔다”고 하고 있으나, “바로가 이 일을 듣고 모세를 죽이고자 하여 찾은지라 모세가 바로의 낯을 피하여 미디안 땅으로 도망갔다”는 출애굽기의 기록(2:15)과 다르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을 요한다.
스데반은 모세의 도피를 직접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그를 배척한 사건에 돌림으로 모세가 미디안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그를 인정하지 못한데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40년 후에 이렇게 버림받은 모세에게 찾아와 그를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자로 세웠던 것이다.
30절은 모세가 미디안 땅으로 도피하여 그곳에서 나그네로 40년의 세월을 보냈을때, 하나님께서 가시나무떨기 불꽃 가운데 나타나셔서 그를 소명 했음을 기록하고 있다. 스데반은 가시나무떨기 불꽃 앞에서 모세가 하나님께 부름 받는 사건을 기록하면서 강조하는 사실은 모세가 과거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배척을 받았던 자라는 것이다(35절). 모세는 애굽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서 애굽으로 보냄을 받는다 (34절).
그런데 35절의 “저희 말이 누가 너를 관원과 재판장으로 세웠느냐 하며 거절하던 그 모세”란 구절에서 주목할 사실은 문장의 주어 '저희’는 34절에 언급된 애굽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내 백성’(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배척한 온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나님께서 모세를 세우셨다는 것은 정말로 역설적인 사실이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전에 모세를 배척한 것은 요셉의 형제들이 요셉을 배척한 것과 같이 잘못된 일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우리말 개역 성경은 헬라어 본문이 보여주는 35절의 강조점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35절에서 문장의 주어는 ‘하나님’이고, 목적어는 ‘누가 당신을 지도자와 재판장으로 세웠느냐’와 ‘그들 하나님의 백성이 배척한 모세’이다. 이 문장은 직접 목적어를 두 번 사용한다. 한번은 문장 맨 앞에 등장하고, 다른 한번은 지시 대명사로 주어 앞에 놓여있다.
헬라어 본문의 강조점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35절을 다시 번역하면, ‘누가 당신을 지도자와 재판장으로 세웠느냐’고 말하고 나서 ‘그들이 배척한 이 사람 모세, ‘바로’이 사람을 하나님께서 가시나무떨기 가운데서 그에게 나타난 천사의 손을 통하여 지도자와 구속자로 보내셨다’이다. 이것은 35절이 모세가 백성들에게 배척받음을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강조는 40절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렇게 배척받은 모세를 소명하셨다.
유상섭 교수(총신대학교·신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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