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절에서 스데반은 이 사람 즉, 백성들에게 배척받은 모세가 애굽 땅과 홍해에서 기적과 표적을 행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인도했고, 40년 동안 광야에 있었음을 지적한다. 36절을 지시 대명사 이 사람(후토스)으로 시작했던 것과 같이 37절도 동일한 대명사 이 사람(후토스)으로 시작한다. 스데반은 37절에서 “이 사람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하나님께서 너희 형제들 가운데서 나와 같은 선지자를 너희에게 세울 것이라고 말한 자 모세이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베드로의 설교에서 모세가 예언한 하나님이 일으킬 ‘나와 같은 선지자’는 모든 선지자들이 오리라고 예언한 예수님이라고 이미 밝혔다. 따라서 독자들은 스데반이 선지자를 이야기하면서 예수님에 대한 언급을 예고했음을 알 수 있다. 스데반의 마지막 모습은 유대인들에게 버림받았으나 하나님의 보좌 우편으로 승귀된 예수님을 증거하는 것이다.
스데반은 더 나아가 36~37절에서와 같이 38절도 동일한 지시 대명사 이 사람(후토스)으로 시작한다. 이 사람은 시내산에서 그에게 말하던 천사와 우리 조상들과 함께 광야에서 교회(하나님의 공회)에 있었던 자이다. 그는 우리들(유대인들)에게 주기 위하여 살아있는 말씀들을 받은 자이다(38절). 지금까지 모세에 대하여 부정적인 언급은 하나도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만 이야기한 스데반이 그를 통하여 시내 산에서 주어진 율법에 대하여도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9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러한 모세에게 순종하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그를 거역하고 그들의 마음이 애굽으로 행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모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워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출하게 하시고, 시내산에서 생명의 말씀 받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해준 모세를 거역하는 백성들에게 있다. 40년 전에 모세를 거역하던 자들이 40년 후에도 여전히 모세를 거역하는 자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이 모세를 거역한 것은 그들로 하여금 그들을 우상 숭배의 죄악에 빠지게 하는 무서운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40절).
모세의 행방불명에 대하여 참을 수 없었던 이스라엘은 결국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말씀을 거역하고 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섬기고 말았다(41절). 41절에서 스데반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하여 사용하는 단어는 ‘송아지’'우상’그리고 ‘자기 손으로 만든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가 없는 동안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방편으로 송아지를 만들고 그것을 향하여,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신이라” 하였으나(출 32:8) 그것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지도자 모세를 배척한 결과요, 또한 광야 40년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사건이 되었다.
42절이 이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그것에 희생 제물을 드리며 기뻐하는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내린 조치는 하늘의 군대를 섬기도록 내어버리신 것이다(42절). 스데반은 하나님의 이러한 조치를 설명하기위해 아모스 5:25~27을 인용한다(42~43절). ‘하늘의 군대’란 표현은 구약성경에 흔히 등장하는 표현으로 해, 달, 별과 같은 천체 행성을 가리킨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변 이방인들과 같이 이것들을 신적인 존재로 섬겼던 것이다. 하늘의 군대(혹은 군상)를 섬기는 제단들은 지붕에 세워지거나(렘 19:13, 습 1:5), 심지어 예루살렘 성전의 뜰에도 세워졌다 (왕하 21:5).
본문에서 아모스 5:25~27의 인용은 히브리어 성경(MT)을 따르지 않고 칠십인경을 따른다. 사도행전의 본문과 칠십인경의 차이점은 칠십인경이 ‘다메섹’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스데반은 그 대신 ‘바벨론’ 이란 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43절). 아모스서는 북 왕국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다메섹이란 표현은 아주 적절하나, 스데반은 지금 산헤드린 법정에서 남 왕국의 전통을 이어받은 유대인들에게 말씀하고 있기 때문이 이 지명이 적절하지 않아서 남 왕국 유다의 역사적인 바벨론 포로생활과 관련하여 바벨론이란 단어를 대용한 것이다.
유상섭 교수(총신대학교·신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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